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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AI의 젊은 친구들, 내가 늙은 MZ가 되었다

loxo5432
loxo5432

@loxo5432

약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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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가끔 스스로를 “AI 퇴물”이라고 부른다.

50대 중반의 프리랜서 개발자.

세상은 어느새 AI를 중심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얼마 전 나는 은행 AI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나 같은 늙은 개발자에게도 아직 쓸모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 정말 마지막 파도에 올라탄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AI 전문 대기업 자회사 인력들이 함께 들어왔다.

처음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사실 지난 십수 년 동안 IT 업계에서 별별 사람들을 다 봤다. 코드는 안 짜지만 회의는 잘하는 사람, 개발보다 발표가 특기인 사람, 기술보다 직함이 앞서는 사람들.

언젠가부터 개발자는 줄어들고 개발자를 설명하는 사람들만 늘어나는 것 같은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 친구들은 달랐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오래된 개발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특유의 정렬감 같은 것이 있었다.

눈빛이 비슷했다.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의 눈빛.

코드를 만지는 사람의 눈빛.

주말에도 나온다.

누가 시키는 것 같지도 않다.

퇴근 시간이 지나도 모니터를 바라본다.

처음에는 속으로 분석해 보았다.

“AI가 뜨니까 경력을 쌓으려는 건가?”

“여기서 인정받아 이직하려는 건가?”

“성과 평가 때문인가?”

그런데 며칠을 지켜보니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냥 좋아하는 것 같았다.

AI를.

코딩을.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문득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토요일 출근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가면 오늘은 일찍 퇴근한 날이었다.

새벽 서울역 막차 1시반 삼화고속 심야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가 몇 시간 눈만 붙인 뒤 다시 출근했다.

왕복 세 시간 가까운 출퇴근 거리도 당연했다.

누가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회사는 늘 바빴다.

하지만 버티게 만든 것은 회사가 아니라 개발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았고, 코드 한 줄로 세상이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뼈를 갈아 넣었다.

그때는 돈보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더 매력적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평화로워졌다.

주말은 쉬는 날이 되었고.

야근은 비효율이 되었고.

워라밸은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좋은 변화였다.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자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미쳐서 배우는 사람들.

밤을 새워가며 기술을 파고드는 사람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

어느 순간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입으로 개발하는 사람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말은 화려하지만 코드에서는 침묵하는 사람들.

기술보다 포장을 잘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시대.

솔직히 말하면 가끔 허탈했다.

그런데 AI가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AI가 개발자를 편하게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다시 경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오늘 한 발 먼저 배운 사람이 내일은 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어제의 경력이 오늘의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직급도, 연차도, 회사 이름도 AI 앞에서는 생각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결국 다시 배우는 사람이 이긴다.

그래서일까.

주말에 출근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오래전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들은 야근을 자랑하지 않는다.

고생을 무용담으로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 같다.

좋아서 하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가장 부러운 부분이다.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어제까지 불가능하다고 하던 일을 내일이면 해내고,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산업에서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한다.

반도체도 그랬고,

인터넷도 그랬고,

스마트폰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AI다.

나는 이제 젊은 개발자가 아니다.

아마 AI 시대의 주인공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관객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파도는 이미 왔다.

그리고 그 파도 위에는 놀랍게도 젊은 개발자들이 다시 올라타고 있다.

부디 이번에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말보다 코드가,

포장보다 실력이,

직함보다 결과가 존중받는 시대.

그리고 그 중심에서 지금의 젊은 개발자들이 대한민국 AI 산업을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

#AI 개발자#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커리어#개발 문화#시니어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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