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while 안에서 살고 있었다
중년개발자
@loxo
10일 전

while 안에서 살고 있던 우리
python으로 TUI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이라는 건 결국 loop 안에서 돌아간다는 사실.
while True:
그 한 줄 안에서 입력을 받고, 판단하고, 출력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끝날 때까지. 아니, 보통은 끝나지 않게 설계한다.
C 수업에서 처음 배웠던 while 문.
그땐 너무 당연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 반복문이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프레임워크는 친절하지만, 진실을 가려준다
Spring Boot를 쓰면 우리는 컨트롤러를 만들고,
어노테이션을 붙이고,
요청이 오면 알아서 처리된다고 믿는다.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왜 이렇게 되는지”보다 “이렇게 하면 된다”에 익숙해진다.
매뉴얼 개발자.
나쁘게 말하면 그렇고,
좋게 말하면 효율적인 시대의 산물이다.
하지만 while 문을 직접 돌려보면,
프레임워크가 숨겨놓은 진실이 드러난다.
결국 서버도,
결국 프로그램도,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
인생도 사실은 거대한 loop 아닐까
아침에 일어난다.
출근한다.
일을 한다.
밥을 먹는다.
집에 온다.
잠을 잔다.
다시 처음으로.
입력이 있고,
판단이 있고,
출력이 있고,
그리고 다시 loop의 시작으로 돌아간다.
젊을 땐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른다.
그냥 “사는 거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 이거… 계속 같은 while 안에 있는 거 아니야?”
우리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이미 짜여진 구조 안에서 국소적인 로직만 고치며 살아온 건 아닐까.
국소 최적화만 하며 살아온 시간
버그가 나면 고친다.
성능이 느리면 튜닝한다.
연봉이 부족하면 이직을 고민한다.
모두 loop 안에서의 개선이다.
하지만
loop 자체를 바꿔야 할 때가 있다는 건 잘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loop는
너무 익숙하고,
너무 당연하고,
너무 오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도 그렇다.
인생도 그렇다.
원초적인 코드가 주는 위로
python으로 단순한 TUI를 만들며
while 안에서 모든 걸 직접 처리해보면 이상하게도 재미있다.
화려하지 않다.
효율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솔직하다.
“아, 이게 전부구나.”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가 다 보이는구나.”
어쩌면 인생도 그런 시점이 오는 것 같다.
복잡한 프레임워크를 걷어내고,
화려한 추상화를 내려놓고,
지금 내가 어떤 loop 안에 있는지 조용히 바라보는 시점.
그래서 이 생각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우리가 프로그램처럼 살아왔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른다.
프로그램은
반복 속에서도 의미를 만든다.
작은 입력 하나로
전혀 다른 출력을 만들어낸다.
loop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것과, 모른 채 도는 건 다르다.
이제는 안다.
우리는 while 안에 있었다는 걸.
그걸 깨닫는 순간부터
비로소 선택지가 생긴다.
- loop를 계속 돌릴지
- 조건을 바꿀지
- 아니면, break를 걸지
그 선택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